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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about coffee] 커피에서의 발효와 미생물에 관하여

by Overthinking 202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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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는 주제는 발효입니다. 발효식품이 뭐가 있을까 하고 물으면 된장 고추장 말고 딱 생각은 안나는데, 실상은 거의 매일 즐기고 있죠.

요구르트, 치즈, 요거트, 된장, 고추장, 간장, 빵류, 와인, 맥주 전부 발효식품이거든요

아마도 가장 쉽게 접하는 식품들중 하나일겁니다

 

발효 하면 가장 빠르게 떠오르는 내용은 미생물이 관여해서 술이 되는 현상일겁니다

그렇담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도록 할게요

 

식품 산업에서의 발효는 " 미생물에 의해 유기물이 사람에게 이로운 물질로 전환되는 과정" 이라고 보며

생화학에서는 조금더 제한적인 범위로써, " 무산소 조건에서 당으로부터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 " 이라고 정의합니다.

보다 일반적으로는 " 효소에 의해 유기물이 화학적인 변화를 겪는 과정 " 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발효의 정의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주로 생물학을 공부 하다보니 '발효' 하면 무산소 조건과 에너지 대사가 먼저 생각나지만, 

식품쪽에서 바라보면 미생물과 식품의 변화에 더 초점을 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게 식품의 발효도 무산소 조건이긴 하죠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은, 어떤 유기물의 변화가 우리에게 해롭지 않다면 발효라고 볼 수 있고, 

우리에게 해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변한다면 부패라고 본다는 점입니다. 

둘다 미생물에 의한 변화를 동반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에 따라 정의가 달라지는거죠.

 

오늘 내용에서는 생화학적인 관점보다 식품 관점에서 발효를 다루려고 합니다.

 

커피에서의 발효

 

커피체리, 과육과 점액질은 구분하기 어렵다 [1]

커피체리의 구조는 크게 외피, 과육과 점액질, 내과피, 내피, 씨앗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계를 이용해 체리 외피와 과육을 제거하고 파치먼트에 붙어 있는 잔여 점액질을 수조에 넣어 제거하는 방식을 워시드 가공 이라고 부르며

이 공정에서 점액질을 수조에 담궈 제거하는 과정을 커피에서는 발효라고 부릅니다.

점액질은 굉장히 미끈거리고 끈적해서 기계로 깔끔하게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통 24h-48시간 진행 돼죠

 

한가지 햇갈려하실 수 있는 내용은 워시드 가공과 워시드 발효입니다. 

가공(processing)은 커피체리에서 생두 또는 파치먼트까지의 과정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가공과정이 물을 이용하는 방식이면 "워시드 가공" 이라고 부르며, 물을 사용하지 않고 생두를 생산하면 "네추럴 가공" 이라고 표현하죠.

그러니까, 발효는 가공이라는 공정의 한 단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로세싱 그림)

발효에도 종류가 있나 ?

발효는 미생물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체리와 공기중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은 다당류로 이루어진 점액질들을 분해하면서 여러가지 대사 산물들을 만들어 내고

그 결과로 수조는 탁해지면서 수소이온농도(pH)가 낮아집니다

대표적인 발효는 에탄올 발효와 락틱산 발효 그리고 아세트산 발효가 있습니다

 

A. 에탄올 발효

에탄올 발효 그림, 출처: [2]

에탄올 발효는 당이 분해되면서 이산화 탄소와 에틸알콜을 생산해 내는 과정입니다.

빵 발효할 때 이산화 탄소로 인해 부푸는 것을 보셨을 거에요. 그만큼 식품산업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고

맥주나 와인등 주류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발효라고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B. 락틱산발효

락틱산 발효 [2]

발효 최종 생산물로 락트산?(젖산)을 생산하는 발효입니다.  오래전에 파스퇴르가 젖산발효를 지적한 적이 있고

김치나 유제품의 발효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발효입니다. 아래에서도 나오겠지만 커피발효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발효입니다

 

C. 아세트산 발효

아세트산 발효 [3]

위 두개 발효가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무산소 발효였다면, 아세트산 발효는 산소하에서 진행되는 발효입니다

아세트산균에 의해 발효가 이루어지며 식초가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럼 커피는 어떤 종류의 발효일까 ?

다른 포도나 보리, 우유등 식품들이 그 원재료를 발효시켜 와인이나 맥주, 치즈, 요거트 같은 새로운 식품을

만들어 내는 것과 다르게 커피에서 발효는 점액질을 제거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커피 씨앗을 식품으로 이용하고, 발효 자체는 커피 씨앗보다는 과육, 점액질에서 이루어지니

엄밀히 말해 발효식품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점액질과 과육을 분해시킬 때 발생하는 대사산물들이 커피

대부분의 발효가 혼재되서 존재하지만 커피에서는 주로 락틱산 발효가 주를 이루는 듯 합니다

 

커피에서 발효연구는 와인이나 맥주만큼 오랜기간 연구되진 않았습니다. 

특히 특정 미생물을 접종한 '스타터 컬쳐'는 활발히 연구된지 약 15년정도 된것 같아요.

현재는 무산소 환경이나, 여러 미생물들을 조합해서 연구들을 진행중입니다

네추럴 가공은 점액질을 제거하지 않으니 발효가 아닌가?

커피에서 발효는 주로 점액질을 제거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점액질이 제거되지 않는 네추럴은

발효가 없나 하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효의 일반적인 정의에서 본다면 네추럴 가공도 발효 단계를 포함합니다

펄프를 제거한 후 점액질이 있는 체로 건조하는 허니 가공이나, 커피 체리 자체를 건조시키는 네추럴 가공도

미생물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워시드 가공 커피의 프로세싱 디테일을 보면 보통 발효 시간을 같이 명시해두는 반면 네추럴이나 허니는 발효 시간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걸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허니나 네추럴은 발효를 거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건조와 발효 단계가 분명하게 구분된 워시드와 달리 네추럴이나 허니의 경우 발효와 건조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별도의 표기를

하지 않을 뿐 발효자체는 이루어진다고 보는게 타당할겁니다

 

비교적 최근들어 워시드 가공 외에 발효진행을 표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건식 발효나 무산소 발효가 이러한 종류인데요, 이런 가공들은 워시드 가공처럼 발효 단계와 건조 단계를 구분함으로써

발효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건식 발효는 이름 그대로 펄프를 제거하고 점액질이 있는 생두를 물 없이 발효하는 것을 뜻합니다

허니 가공과의 차이점이라면 허니는 그대로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발효는 건조중 자연스럽게 진행된다고 볼 수 있지만

건식발효는 발효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거나 건조와 발효단계를 구분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산지나 가공소마다 이렇게 세세하게 구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건조를 늦추기 위해서 펼치지 않고 쌓은 체로 통에 담아 둔다던가, 빛에 직접적인 노출을 피하는 것,

또는 발효가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밀폐 처리를 하거나 탄산침용 등의 방법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건조보단 발효에 더 초점을 맞춘 후 건조 단계로 넘어간다고 볼 수 있죠.

 

워시드 가공에서 발효는 점액질 제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체리체로 물에 담그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건식 발효의 경우엔 향미 개선이나 변화를 위해 발효를 하기 때문에 체리체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산소 발효와 건식 발효는 같나?

유사한 과정일 수 있지만 엄밀히는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산소 발효는 발효시 산소의 유무를 따지는 것이고 건식 발효는 워시드 발효에 대응하는 발효 방법입니다

만약 물이 가득한 통에 커피를 담고 탄산을 주입하거나 산소층이 적게 유지한다면 시간이 지날 수록

산소가 고갈되어서 무산소 상태가 되겠죠. 그럼 무산소 워시드라고 볼 수 있을겁니다.

 

*공기가 약 21%의 산소(O2)를 함유하는 반면에 물은 25도에 약 8.3mg/L 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커피를 펄핑한 후 물에서 발효하지 않고 켜켜이 쌓아둔다면 건식 발효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통을 밀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건식발효가 항상 무산소 상태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이상 간결한 표현은 힘들다

무산소 발효가 시장에 등장한 후 기존 커피와는 다른 강하고 자극적인 향미로 인해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었습니다. 이 후 많은 농장들이 유사한 시도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가공방법들이

시장에 나왔습니다. 무산소 같은 환경 제어는 물론이고, 와인과 맥주 산업의 발효공정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탄산침용이나 효모를 이용한 발효, 첨가물을 같이 넣은 발효 등으로 발전했습니다

 

단순히 점액질을 제거하기 위한 단계였던 발효공정이 순식간에 커피향미를 책임지는 핵심 공정이 된 것이죠

 

지금은 단순히 "워시드", "네추럴", :허니", "무산소" 등으로 커피를 표현하긴 어려워졌습니다

발효를 어떻게 했는지, 펄핑은 했는지, 어떤 이스트를 사용했는지, 얼마나 발효를 진행했는지

어떤 첨가물을 넣었는지등 너무 다양한 조합이 있기 때문이죠.

 

커피 발효와 미생물

발효가 커피 향미에 미치는 영향은 미생물의 대사산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생물들은 모두 적합한 생육환경이 다르고 대사산물도 다르기 때문에, 초기 상태에서 발효가 진행됨에 따라

그 배양물의 우세한 미생물 집단이 점차 변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대사산물들의 종류와 양도 달라지겠죠

 

하지만 환경에 따라 미생물이 너무나도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일반화해서 어떤 미생물이 우세하게 존재한다고 말하기가 어렵죠.

이번내용에서도 그러한 점을 감안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워시드 발효시 주요 미생물

미생물의 종류가 참 다양한데 과연 어떤 미생물들이 커피발효에 큰 기여를 할까요 ?

커피발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은 크게 락틱산 박테리아 (lactic acid bacteria, LAB)와 yeast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두 그룹을 좀 더 설명하기 전에 우선 생물 분류체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생물계는 크게 3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왼쪽 박테리아와 가운데 고세균, 그리고 진핵생물로 분류할 수 있죠

세균과 이스트, 곰팡이를 우리는 미생물로 묶어서 부르기 때문에  같은 계에 속할 것 같지만

이들은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어서 엄연히 다른 계에 속한답니다.

위에서 말한 '락틱산 박테리아'는 박테리아 계에서 그람양성(gram-positive)에 속하는 원핵생물이며,

이스트(yeast)와 곰팡이(mold)는 진핵생물계(eukaryo)의 'fungi (균류)' 에속해있습니다 

 

락틱산 박테리아는 최종 대사산물로 락틱산을 생산하는 박테리아들을 통칭하는 명칭입니다

이스트는 잘 알고 계시다시피 와인이나 맥주 발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미생물로 효모균으로 알고계실겁니다

 

워시드 발효에서 미생물의 역동성

발효는 굉장히 역동적인 과정입니다. 미생물들이 당류를 분해하면서 성장하고, 여러가지 대사산물을 만들어내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미생물 그룹이 우점하기도 하고, 다른 미생물들의 성장을 방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들의 대사산물에 성장이 억제되기도 합니다.

 

디펄핑된(DP1-2) 커피체리의 워시드 발효 시간에 따른 미생물군 변화;              DXCB:  발효 전 체리 표면 [4]

어떤 미생물 그룹이 워시드 발효에서 우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특정 미생물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선별배지를 이용했습니다.

선별배지는 미생물들을 선택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배지입니다.

*PCA배지는 산소 환경에서 자라는 전체 박테리아(세균)들을 카운팅 하는 배지입니다. 선별배지X

 

예를들어, MRS-S배지는 lactic acid bacteria들이 잘 생장할 수 있으며, YG배지는 이스트와 곰팡이를 배양할 수 있는 배지입니다

발효가 지속 될수록 PCA와 MRS배지의 박테리아들은 점점 증가하는걸 보실 수 있는 반면에 YG배지는 소폭 증가하는 양상을 볼 수 있습니다.

mDMS는 acetic acid bacteria를 선별적으로 배양하는 배지인데 발효가 진행될수록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네요

Rapid- 배지는 enterobacteria를 선별하는 배지입니다. 발효 중간에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조금 더 자세하게 - 락틱산 박테리아(LAB) 그룹

앞서 LAB는 최종 대사산물로 락틱산을 생산하는 박테리아를 총칭한다고 했습니다

산을 생산하는 특징 답게 비교적 낮은 pH에서도 잘 성장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여러 LAB 들이 있지만 이들 중 몇몇만 커피 발효계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락틱산 박테리아의 발효시간에 따른 변화; DM : 점액질 제거 후 발효, DP : 디펄핑 후 발효; [4]

점액질까지 제거한 커피(DM)와 펄프만 제거한 커피(DP)를 발효시킨 결과입니다

이 내용은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여기서는 그래프들의 역동성과 패턴을 주로 봐주세요

 

LAB에 속한 많은 미생물중 커피 발효에 핵심적인 그룹은 Leuconostoc 과 lactococcus 그룹입니다

분류가 좀 햇갈리죠. 커피로 예를 들게요

 

coffea arabica bourbon이 있다고 봅시다

여기서 coffea는 속(genus), arabica는 종(species), bourbon은 품종(variety)입니다

로부스타를 예로들면 coffea canephora robusta에서 카네포라는 아라비카에 대응하는 분류 레벨이고 로부스타는 품종입니다

그러니까 아라비카 - 로부스타 보다는 아라비카 - 카네포라가 더 어울리는 짝이에요

 

여기서 leuconostoc과 lactococcus는 속(genus)입니다.  (얘네들의 특징)

보시는 것 처럼 락틱산 박테리아 그룹에서도 특별히 우점하는 그룹들이 있습니다.

위와 같은 결과는 다른 실험에서도 비슷하게 나왔어요 [5]

조금 더 자세하게 - 이스트는?

이스트는 음료 산업, 특히 와인과 맥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당을 먹이로 삼아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내면서 부산물로 여러가지 대사 산물들을 만들어 내죠

이 때 발생하는 대사 산물들은 맥주와 와인의 섬세한 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습니다.

오랜기간 누적된 기술덕에 와인과 맥주산업에선 원하는 향미와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이스트가 다양한 편입니다

각종 주류 발효에 이용되는 핵심 이스트들 [6]

주류산업에서는 사카로미세스속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사카로미세스로는 cerevisiae종으로 각 회사마다 변이종들을 선별해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파라이소92 농장에서도 이 종의 효모를 사용해서 발효를 했다고 알려져 있죠.

커피산업에서도 꽤나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효모입니다

 

발효시간에 따른 이스트; 그래프의 각 선 색들은  [4]

 

반면 커피 발효 결과에서는 사카로미세스 대신 andida, pichia속이 주요 이스트 였습니다. 

그 밖에 kazachastania속이 주요 그룹으로 보입니다. 다른 결과에선 사카로미세스가 주요 이스트이기도 했습니다

 

락틱산 박테리아 그룹과 이스트 모두 발효시간에 따라 일정한 변화를 보인다기 보단 들쑥날쑥 하죠.

공기중과 샘플(여기선 커피체리)마다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들이 있기 때문에 항상 균일한 발효가 되도록

제어하는 일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미생물들 때문에 미생물 성장 패턴이 달라지거나

대사산물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발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미생물의 초기 구성은 발효시 미생물 성장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초기 미생물풀(pool)은 체리 상태나, 농장 환경, 프로세싱 머신이나 발효조의 상태, 작업자와의 상호작용 등에 따라 달라지며,

발효 중 미생물들끼리 서로 상호 작용 하기 때문에 우점하는 발효종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결과적으로 대사산물이 조금씩 차이나게 됩니다

 

이런 역동성은 발효 초기에 높은 미생물 다양성과 상대적으로 낮은수의 미생물군락이 발효가 진행될수록

미생물 군락이 증가하는 대신 다양성이 낮아지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7]

 

단순히 위에서 예를 든 것으로 "커피 발효는 어떻다" 라고 말하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챕터에서는 미생물 레벨에서의 자세한 이야기 보다

발효 중 미생물들의 변화가 얼마나 역동적인지, 어떤 요인들이 이런 미생물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미생물의 다양성

발효 풀(pool)을 구성하는 미생물들이 달라지면 최종 대사산물들의 상태도 달라지게 됩니다.

초기 미생물의 구성에 따라 발효가 진행될수록 우점하는 미생물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a. 재배환경

 

같은 커피 품종이라도 재배나라 또는 다른 지역, 심지어는 같은 농장에서도 다른 향미를 갖게됩니다

온도, 일조량, 토양, 고도, 농법등 재배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커피와 마찬가지로 환경이 다르면 미생물들의 생태계가 달라집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미생물들이 다르면 발효중 우점 미생물과 양이 달라질겁니다. [8]

 

b. 고도

 

커피는 높은 고도에서 자랄 수록 더 우수한 향미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현재 스페셜티커피 흐름과는 조금 다를 수 있는 이야기지요. 

 

높은 고도가 우수한 향미를 갖는다는 설은 더 저온이기 때문에 녹병균의 유행에 비교적 안전해서 나무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고

열매가 익어갈 때 낮과 밤이 더 서늘하기 때문에 열매가 완전히 성숙하는데 오래 걸린다는 점이있습니다. 

온도는 대사과정에 매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체리의 생화학적 구성도 조금씩 다르겠죠

 

고도별 미생물 구성; 박테리아

고도별 미생물 구성; 균류(이스트, 곰팡이)

위 그림은 각 고도별 박테리아와 균류(이스트, 곰팡이)의 분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미생물이 있는지 보다는, 고도별로 그래프의 색상이 상이하다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춰주세요

서로 다른 고도에서 재배된 커피들의 미생물을 비교한 결과 미생물 구성이 제각각 달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미생물들의 비율, 주요 미생물의 종류도 달랐으며 각 고도에서만 존재하는 특이 미생물들이 있었죠

이 덕분(?)에 발효 후 커피의 생화학적인 결과물이 달라졌어요. 이 내용은 다음 챕터에서. [9]

 

c. 커피품종

 

브라질 한 농장의 1000masl~1200masl의 고도에서 재배된 ouro amarelo, mundo novo, red catuai 세 품종의

체리, 펄프드 빈, 디뮤실라제 빈, 건조된 빈의 박테리아 구성을 분석한 결과, 품종마다 서로 다른 박테리아 구성과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각 품종의 CC(체리),PC(펄프드체리),DMC(디뮤실라제체리),DC(건조체리)별 락틱산 박테리아 구성; 색이 진할수록 각 단계에서 특정 미생물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율을 차지; [10]

*각 단계는 체리상태(CC), 펄프드빈 (PC, 발효시작 전), 발효 후 디뮤실라제 빈(DMC), 건조 후 커피빈(DC)입니다.

품종마다 체리의 생화학적 구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 프로세싱 단계별 미생물의 패턴이 다를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역동성은 여기서도 관찰할 수 있어요. 각 발효 단계마다 미생물의 양적 변화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을 보실 수 있고 이 패턴은

품종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죠. 예를들어 ouro 품종의 경우 체리 상태에서 락틱산 박테리아 그룹의 양이 6.15 *CFU/g에서

건조가 끝난 후(DC) 3.11까지 내려갔죠.

반면 카투아이의 경우디 발효가 종료된 후(DMC) 박테리아 양이 최고점을 찍은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CFU : colony forming unit, 배지에서 육안으로 확인가능한 살아있는 콜로니(미생물 집락)의 갯수

 

많은 분들이 품종마다 고유의 맛이 있다고 하시는데 *환경과의 상호 작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품종의 맛을 단정지을 수 없겠죠

*환경 : 여기에는 고도, 온도, 습도, 수분상태 등 비생물요소 뿐 아니라 커피생육지의 미생물, 동,식물 생태계를 포함합니다

 

발효 시간과 pH, 발효환경 (워시드발효)

얼마나 오래 발효했는지는 최종 대사산물의 종류와 양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입니다

박테리아와 이스트가 기질을 발효시키면서 산과 알콜이 생성되는데, 종마다 알코올과 산에 저항성을 갖는 수준이 다르거든요

 

일반적으로 발효가 진행될수록 미생물들이 점점 증가하는 패턴을 보이지만, 미생물 구성에 따라, 발효 시간에 따라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발효시간에 따른 이스트의 양적변화

여러 이스트 종의 발효시간에 따른 미생물 군집을 분석한 결과 48시간 이후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11]

위 같은 결과는 첫번째 챕터 첫번째 그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발효시간에 따른 주요 이스트 구성 변화

 

발효중 이들은 양적 변화 뿐 아니라 질적 변화도 수반하기 때문에 항상 미생물 성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발효를 종료할 필요도 없고

오래한다고 좋은것만은 아니죠

프로세서 마다, 농장 책임자마다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해서 자신들의 커피와 잘 맞는, 원하는 향미를 위한 최적점을 찾아내는게

주요 기술일겁니다

프로세싱 방법

우리는 경험적으로 전통적 네추럴, 허니(펄프드), 워시드 가공된 커피들의 향미 차이를 알고 있습니다

'~~발효는 어떤 노트를 가진다' 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워시드는 깔끔, 네추럴은 단맛이 좋다라고 알고 계실 텐데요, 미생물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a. 워시드와 네추럴 발효

 

우선 발효를 점액질 제거 관점에서 보지 않고 일반적인 식품 관점에서 본다면,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면 자연스레 발효가 진행될겁니다.

네추럴과 워시드 발효 공정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발효 단계를 건조와 분리했느냐, 아니면 동시에 진행했느냐 일겁니다.

앞서 미생물들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고려했을 때 이 두 차이점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짐작할 수 있죠.

 

몇몇 연구들은 네추럴 발효중 더 많은 미생물들이 존재한다고 보고했습니다. 건조와 발효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수분활성도가 계속 떨어지지만 미생물들의 활동에 제동을 주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듯 합니다

네추럴 발효 초기에는 박테리아의 양이 더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스트가 우점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8]

 

b. 워시드 발효 테크닉

 

점액질은 커피의 주요 에너지 원이기 때문에 점액질을 제거한 커피와 펄프만 제거한 커피는

조금 다른 발효패턴을 보입니다

디뮤실라제 커피와 디펄프 커피의 미생물 양상 [4]

DM은 점액질까지 제거한 커피, DP는 펄프만 제거한 커피입니다. F는 발효시간입니다.

DM과 DP의 우점 미생물이 차이를 보이고 있죠. 

DM은 leuconostoc이 lactococcus에 비해 더 적었고 DP는 반대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차이는 향후 최종 대사물에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4]

 

이 내용은 워시드 발효 뿐 아니라 허니 가공에도 적용될 수 있겠죠

허니가공은 얼마나 점액질을 제거했느냐에 따라 많이 제거할 수록 화이트 -> 옐로- 오렌지, 레드 블랙 등으로 구분합니다

블랙의 경우 거의 펄프만 벗기고 발효와 건조를 하기 때문에 네추럴에 상당히 가깝다고 볼 수 있겠죠.

다만 얼마나 점액질을 제거해야 화이트, 레드라고 부를지 기준이 없기 때문에 모호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c. 드라이 발효

 

네추럴과 허니가 건조와 발효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점에서 워시드 발효랑 다르다고 말씀드렸죠.

워시드와 또 다른 대척점에 있는 발효로는 드라이 발효가 있습니다. 

펄프를 제거한 후 점액질을 물에서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제거하는 방식이죠. 

네추럴과의 차이점이라면 어두운 곳에 두거나 밀폐를 해서 수분 증발을 늦춘다는 점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발효와 건조를 의도적으로 분리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드라이 발효를 할 경우 20시간 이내로 점액질이 완전히 제거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13]

드라이발효중 점액질 제거 패턴

 

D. 무산소 상태

 

발효는 일반적으로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생물들이 산소하에서 산호호흡을 하다가 산소가 고갈되면 다른 방식으로 대사를 전환하고

그 결과로 에탄올이나 락틱산 등이 생산됩니다.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 생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미생물들을 분류할 수 있습니다.

산소에 따른 미생물 구분 [14]

산소가 충분할 때에는 산소에 저항성이 있는 미생물들이 성장하다 무산소 상태가 되면

무산소 상태에서 잘 자라는 미생물들이 우점하는 상황으로 바뀌겠죠.

 

무산소 발효를 거친 것과 일반 가공의 미생물 성장 패턴 [15]

무산소 처리를 중간에 한 미생물 프로파일 입니다.

 "reposo"라는 프로세싱은 체리상태에서 약 40 시간 동안 통에 넣어 밀폐 처리해서 무산소 상태를 만든 후, 

디펄핑을 하고 다시 10시간 동안 발효를 한 커피입니다

전통적인 방법은 펄핑 후 약 15시간동안 발효를 진행했습니다

*사진상으로 발효는 물에 넣어서 진행한 듯 합니다. 

 

사실 요 프로세싱은 무산소 환경의 영향보단 연장된 발효의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미생물 구성과 양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어보이지만 미세하게 무산소가 더 높네요

외부첨가물

혹시 인터넷에서 가공 과정 사진들 많이 보셨나요 ?

잘 익은 붉은 체리 뿐 아니라 나뭇가지, 돌, 너무 익은 것, 상태가 좋지 못한 것 참 다양하게 섞여 있습니다.

본격적인 발효공정 전 이들은 거의 대부분 제거되지만 우연찮게 같이 껴들어갈 수 있죠.

샘플 수집원에 따른 박테리아(A), 균류(B)의 미생물 구성; 밑에는 짤랐음; [5]

위 그림은 일반적인 농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샘플들의 미생물 분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에 트리는 각 샘플들의 유사성에 따라 묶은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일반체리(5번,6번)와 과성숙체리(7번)의 미생물 분포가 생각보다 다르죠

과성숙 체리의 박테리아 분포(A)는 2번과 3번이랑 같이 묶여 있습니다

땅에서 수집한 것과 같이 묶여 있네요.

 

이런 결과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곳에서 해결책이나 문제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잠깐 떨어진 체리나,  덜익은 것, 벌레먹은 것, 사소한 이물질등이 마치 나비효과 처럼 큰 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는거죠.

 

최근들어 가공 공정에 의도한 외부물질을 넣는 경우가 흔해졌습니다.

제가 최근에 다뤘던 하이로 아르실라 민트도 발효공정중 민트잎과 타르타르산을 넣었다고 했구요.

이전에 나무사이로 만다린도 만다린껍질을 같이 넣었다고 해요.

아직까지 외부물질이 미생물 성장 패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한 결과는 없지만, 활발히 진행될 거라고 생각합니다[16]

 

쓰다보니 장황해져서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작성하려고 합니다. ㅎㅎ

이번 내용은 미생물이 어떤 영향을 준다라는 내용보다는 미생물의 영향이 크다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일반화해서 말씀드리기가 참 어렵기 때문에 발효에서 미생물이 이런 역할을 하는구나

정도만 이해하셔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미생물을 잘 모르거든요.




출처 : https://bwissue.com/index.php?mid=freeboard&category=1138276&document_srl=1786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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